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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The Platform, 2019)은 사회 계층 구조와 인간의 본성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다. 단순한 디스토피아적 설정을 넘어서, 자본주의 시스템과 불평등 문제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이 영화는 개봉 이후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열린 결말로 인해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정리하고, 마지막 장면이 의미하는 바를 분석해본다.
더 플랫폼의 세계관과 주요 설정
영화의 배경은 ‘구덩이(The Pit)’라고 불리는 거대한 수직 감옥이다. 이곳은 여러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중앙에는 하나의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을 통해 매일 한 번씩 음식을 담은 플랫폼이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상위층에 위치한 수감자들은 충분한 음식을 취할 수 있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남는 음식이 점점 줄어들어 하층에 있는 사람들은 굶주리게 된다.
이곳에서는 한 달마다 무작위로 층이 변경되며, 수감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높은 층에 있다면 한 달 동안 풍족하게 지낼 수 있지만, 낮은 층으로 떨어지면 생존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주인공 고렝은 책 돈키호테를 들고 이 감옥에 자발적으로 입소한다. 그는 ‘자격증’을 받기 위해 6개월 동안 구덩이에 머물 계획이었다. 그의 첫 번째 룸메이트는 트리마가시라는 노인으로,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남은 인물이다. 트리마가시는 구덩이의 잔혹한 규칙을 고렝에게 설명하며, 필요하다면 사람을 죽여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덩이에서의 생존과 인간 본성
고렝은 처음에 비교적 상위층(48층)에 배정되었지만, 다음 달에는 극한의 하위층(171층)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곳에서는 음식이 전혀 남아있지 않으며, 트리마가시는 고렝이 굶어 죽지 않도록 그의 살을 조금씩 먹이려고 한다. 그러나 고렝은 간신히 살아남고, 이후 또 다른 룸메이트인 이모기리를 만나게 된다.
이모기리는 구덩이의 관리자로 일했던 인물로, 시스템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공평하게 나눠 먹도록 설득하려 하지만, 하층의 사람들은 이미 극한의 생존 본능에 지배당하고 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믿음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고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극단적인 방식으로 시스템에 맞서기 시작한다. 그는 바하라트라는 또 다른 수감자와 함께 플랫폼을 타고 내려가며, 모든 층에 음식을 공평하게 나눠주려 한다. 그러나 하층으로 내려갈수록 폭력적인 저항이 거세지고, 그들은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열린 결말과 그 의미
고렝과 바하라트는 가장 아래층인 333층에 도달하게 된다. 놀랍게도 이곳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 어린 소녀가 발견된다. 그녀는 구덩이에 대해 알려진 모든 규칙을 깨는 존재이며, 모든 음식이 사라진 곳에서도 살아남아 있었다.
고렝과 바하라트는 처음에는 플랫폼 위에 남겨진 ‘완벽한 판나코타’를 메시지로 보내려 했지만, 대신 소녀를 플랫폼에 태워 올려보내기로 결정한다. 바하라트는 부상을 입고 죽고, 고렝은 환영처럼 나타난 트리마가시를 따라가며 플랫폼에서 내려온다. 영화는 소녀가 위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끝나며, 이후의 상황은 보여주지 않는다.
열린 결말의 해석
1. 소녀는 구원의 상징이다
소녀는 구덩이에서 발견된 유일한 ‘순수한 존재’로, 부패한 시스템 속에서도 희망이 남아 있음을 상징한다. 그녀가 플랫폼을 타고 위로 올라감으로써, 체제에 대한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전달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2. 소녀는 실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일부 해석에 따르면, 소녀는 고렝의 환상일 가능성도 있다. 구덩이의 구조상 아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이 모든 것은 고렝의 죄책감과 정신적 붕괴에서 비롯된 환영일 수 있다. 이 경우, 열린 결말은 인간이 희망을 갈구하는 본능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3. 메시지가 의미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구덩이의 운영자들이 소녀의 존재를 인식한다고 해도, 그들이 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현실에서 계층 간 불평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으며, 메시지가 도달한다고 해도 체제는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냉소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4. 고렝의 희생과 신화적 의미
영화 속 고렝의 여정은 마치 예수나 프로메테우스 같은 희생적인 존재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는 결국 구덩이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신념을 따르게 된다. 이 해석은 체제에 맞서는 개인의 역할과 희생을 강조하는 철학적 접근이다.
결론
더 플랫폼은 단순한 생존 영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계층 간의 불평등, 자원의 분배 문제, 그리고 인간 본성이 극한의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열린 결말을 통해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며, 관객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의미를 찾도록 유도한다. 소녀가 구덩이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한 환상에 불과할지는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스템 속에서 변화를 일으키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 있는 행동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더 플랫폼은 단순한 디스토피아 영화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불평등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강렬한 작품으로 남게 된다.